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에 다녀왔다. 이번 주 토, 일 양일간 51개 팀이 초록 잔디와 나무와 호수 사이에서 살랑살랑한 음악을 선보인다. 최적의 라인업이어서 당연히 2일권을 예매했고, 오늘의 출연자 중 내가 봤던 아티스트는 apples, casker, paris match, sweet pea, 정재형, tahiti 80이었다. 그 중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공연은 apples와 casker뿐이었다. 어쩌겠는가, 평소에 못 보는 사람들, 그리고 웬만해서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단독 공연에 가 보기 힘든 사람들이니까 골고루 봐야지. 오늘 만났던 반가운 얼굴은ㅇ양과 ㅍ군이었다. 동선이 비슷하니 내일도 또 만나겠지.
1. apples
오후 4시 40분으로 예정된 캐스커의 공연부터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 올림픽 공원에 약 4시경 도착하였다. 캐스커 및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인 blossom house는 테니스 경기장 뒤 공터(?)에 셋팅되어 있었다. 야외공연이다보니 음향 셋팅 및 튜닝에 많은 시간이 걸려서, 공연이 조금씩 지연되고 있었고, 캐스커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 시간에 캐스커 바로 전 팀인 apples가 공연하였다. 그들의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어떤 경향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 가벼운 힙합류였었던 것 같다. 남성 래퍼는 심하게 활달한 스타일이었고, 여성 보컬은 무지 말랐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팬들께는 죄송).
2. casker
워커힐에서 있었던 New year 2007때 이상한 조화로 캐스커의 순서 및 카운트다운을 놓쳐버린 안 좋은 기억 이후 간만에 만나는 캐군이었다. 식탐때도 갑자기 스케쥴이 꼬여서 나타나지 못한 캐군이었다. 오래간만에 캐스커의 음악에 맞춰, 그것도 야외에서 온 몸을 흔들흔들 흔들 수 있어서 대대만족. 캐스커 팬클럽 회원들이 좀 있었던 것 같았다. 열심히 춤을 추며 환호하더라. 하트도 날려주고. '준오 오빠'라고 부르기까지...;;; 캐당황&어색...;;;
전만적으로 아주 만족하였으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1) 공연시간이 넘 짧았다 ㅜ.ㅜ 2) 1집 철갑혹성의 수록곡을 하나도 연주하지 않았다. Alice라던가 1103이라던가 skip이라던가... 1집을 가장 좋아하는 나와 H양으로써는 안타까웠을 뿐 3) 건반의 이진욱님, 베이스의 신지님 혹은 한주리님이 그리웠다. 물론 오늘의 세션 역시 잘 하셨지만... 4) 공연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 인사를 제대로 못 했다. 귀찮아도 무대 쪽으로 가서 얼굴 도장을 찍었어야 하는데...;;; 내일 구경 오려나?
플레이 리스트 : 나비부인 - 고양이와 나 - 모든 토요일 - 정전기 - discoid (vocal edit) - (기억 안 남) - ella
<공연 전 열라 셋팅하는 모습>
<공연 전경>
<시종일관 같은 표정의 캐군>
<오늘도 화사했던 융진양, 배고파서 삑사리를 3번 내 주셨다>
<썩소캐군. 메인스테이지나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는 사람들때문에 무대 왼쪽에 사람이 많았다. 그랬더니 "저때문에 왼쪽에들 많이 계신거죠?"라는 썰렁한 유머를 날려주었다. 그래도 공연을 거듭할 수록 캐군과 융진양 모두 유머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흔히 보기 쉽지 않은 모습. 두 멤버가 같이 노래하고 있다.>
3. paris match
외모와는 달리 귀염성 있는 보컬 언니. 우리나라에서 몇 차례 공연을 해서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말도 참 잘한다. 테니스 경기장이 메인 스테이지였기 때문에, 코트(무대 및 무대 바로 밑 관객들이 보이는 곳)를 전체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스탠드에 앉아서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맡으며 맥주와 김밥과 함께 음악을 마음껏 만끽하였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햇살 좋은 날 야구장의 외야석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고교야구를 봤던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자유롭고 시원하고 살랑살랑하고 약간 groovy 약간 jazzy했던 공연. 그러나 아쉽게도 캐스커 공연이 늦게 끝난 데다가, 저녁거리인 맥주와 김밥을 사러 역 근처 편의점까지 나갔다 와서 정작 몇 곡 못 봤다;; 그래도 만족 만족. 우리나라에서 인기있을 법 하다.
4. Sweet pea
H양의 의견으로는 결혼한 후 더 애교가 많아지고, 좀 능글능글해졌다고 한다. 나도 동감. 예전에 L군이 준 표로 아는 선배들과 sweet pea 공연을 갔었을 때에는 결혼 전이었지만, 나름 귀여웠다. 오늘 보니 새삼스럽게도 1) 나이가 들었구나 2) 어좁하구나 3) 다리가 짧구나하는 생각이...; (팬들께는 죄송) 역시나 마지막 곡은 챠우챠우로 달려 주셨다.
<공연 전 DMB 라디오 진행을 하는 모습>
<분홍 바지에 심히 당황>
5. 정재형
ㅍ군이 "타이티 에이티와 재형이 형 중 어디로 갈꺼에요?"라고 묻지 않았으면 아마 못 갔을 지도 (ㅍ군 미안해요). 그래도 호수와 피아노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 냈다는 사실. 역시 남자는 피아노, 여자는 현악기인가.
<굉장히 어두운 무대 전경>
6. Tahiti 80
늘 클럽 아니면 호텔에서만 만나던 electronica를 야외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흥분되었다. French band를 보고 있으니 air도 함 섭외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도 들고... 다들 미친듯이 춤추고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우리도 나름대로는 미친듯이 춤을 춰줬다. 그러나 신데렐라처럼 곧 가야할 시간이 되어서 안타까웠을 따름.
<열심히 하시는 그 분>
<기타도 함 쳐주시고>
<집에 가려고 나왔다가 사람들의 환호성에 다시 들어가 보니, 하늘에서 종이꽃비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