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계속 일이 있어서 4시 넘어서나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매만 아니었어도 못 갔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티스트별 공연이 공연 전 셋팅 및 튜닝 때문에 띄엄 띄엄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래저래 겹칠 수 밖에 없어서 원하는 공연을 다 볼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역시 인생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로구나-
오늘 관람했던 공연은 sweater, my aunt mary, 이승열, 윤상, humming urban stereo, 이승환이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본 공연은 윤상이었다. 우연히 만났던 반가운 얼굴은 회사 동료 S군 및 D양 (같이 온 줄 알았는데 각자 일행이 있었음), 첫날 뒷풀이를 새벽까지 했다던 ㅍ군, 그리고 몇 번 마주칠 줄 알았으나 전화와 문자만 왔다갔다 하던 ㅇ양.
1. Sweater
호수와 잘 어울렸던 공연. 공연장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가하고 새삼스럽게 놀랐다. 공연 끝나고 테니스 경기장 쪽 주차장과 윤상 공연때 아립씨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나저나 방년 24세의 딸기소녀는 어제 캐스커 공연에 이어 이틀째 계속 반주중이었다. 비정규직이 과다업무로 시달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제 입었던 딸기 원피스와 베레모 차림 그대로여서...;;; 넘 멀리서 봐서 잘 안보였지만 객원 베이시스트 신지님도 보였다. 신지님을 보니 액션베이시스트 한주리님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고...
<공연장 전경>
<아립씨와 여성스러워진 모습의 신지님(맞겠지?)>
<호수 앞 노천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이 때부터 가느다란 실비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2. My Aunt Mary
H양이 페로몬의 결정체라면서 숭배하고 있는 메리 이모. 너무나도 흥겨운 분위기여서 비가 마구 쏟아지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방방 뛰어주었다. 2천원 주고 호수 앞에서 산 비옷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방수, 방풍에 보온까지. 그들 노래를 잘 몰라서 play list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이 좀...; 노래를 듣다 보니 새삼스럽게 드럼은 몸을, 베이스는 심장을 움직인다는 아는 사람의 말이 생각났다. 물론 그 애는 취미로 베이스를 치는 애라서 베이스에 초점을 맞춘거겠지만 맞는 말인걸.
<제대로 비가 와 주기 시작했다>
<페로몬의 결정체>
3. 이승열
유앤미블루 시절부터 약간 알고는 있었지만, 음악 파일에서의 목소리보다 실제로 들으니 파워 작렬이다. 주룩주룩 내리는 굵은 빗줄기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각 곡의 코드 진행도 인상적이었다. 오늘 중앙일보 기사에서 남궁연은 이승열을 상당히 저평가된 아티스트라고 했다. 동감이다. 이제부터라도 좋아해 줘야지. 이 공연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어야 분위기가 사는데 (그렇다면 빗물과 맥주를 동시에 마시는 상황?). 비가 꽤많이 와서 쉬는 시간 공연장 반대편 처마 밑 벤치에서 삼각김밥과 같이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아쉬웠다.
4. 윤상
3~4년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허밍 어번 스테레오를 포기하고 윤상을 보기로 일찌감치 결정했었다. 게다가 예전에 누군가가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하면서 어찌 윤상에 별 관심이 없냐고 한 말이 기억났다. 윤상의 전자음악+월드뮤직을 제대로 들어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모습을 보인 윤상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극장판의 츠케 유키히토의 이미지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그 정도로 아저씨 포스가 심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나, 오래간만에 이별의 그늘과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들으니 저절로 따라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역시 나에게는 조용한 음악보다는 groovy한 음악이 어울리나보다. 국악기와 현악기를 동원한 셋팅을 보니 그래도 그 세계에서는 메이저이군 하는 생각도 들고...
<공연 전경 -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윤상을 보러 왔다>
<열심히 신디사이저 및 전자기기를 작동하고 있는 윤상. 플래시가 금지되어서 사진이 잘 안 나왔다>
5. Humming Urban Stereo
우천때문에 호숫가 공연은 계속 지연된 모양이었다. 테니스 경기장과 꽤 멀리 떨어진 호수로 다시 돌아가보니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허밍 어번 스테레오의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다. 스웨터 공연때처럼 노천극장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최고 이지린'이 적힌 종이를 든 열혈팬들도 있었고. 윤상때문에 조금 흥행이 덜 될 줄 알았는데... Hawaian couple, 지랄 등 아는 노래들이 많아서 내 어깨도 리듬에 따라서 들썩거렸다.
<웬지 몽환적인 사진>
6. 이승환
길치인 H양을 위해 호수까지 바려다주려고 갔다가 허밍 어번 스테레오까지 본 후, H양은 루시드폴을 보기 위해 남았고 난 헤어져서 다시 테니스 경기장으로 왔다. 집에 가기 전 라이브의 어린왕자라는 이승환을 직접 두 눈으로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때문에 어린왕자라는 칭호는 좀 안 어울리지만 (역시 중년의 포스와 예전에 비해 약간 살이 찐 모습때문에) 에너제틱한 모습에 테니스 경기장은 떠나갈 듯 했다. 팬들도 아티스트들을 따라간다고, 어제 오늘 공연 중 가장 적극적인 팬들이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마주쳤던 팬들은 하나같이 팬클럽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축구 경기장에서나 보던 두루마리 휴지 던지기도 주요 시점에서 적절하게 재연되었다. 뜬금없이 캐스커 공연때마다 조용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승환은 오래오래, 비겁한 애견생활, don't stop me now (queen) 등을 열창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근데 이승환이 곡 소개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뭐? 뭐라고?"하면서 안 들리는 눈치였다. 물론 내 귀에도 잘 안 들렸고. 팬들만 알아듣는 듯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