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보다 호흡이 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취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없었던 해를 제외하고는 최근 3~4년간은 한 두 달에 한 편 정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케이블에서 시시때때로 주구장창 본 영화를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았다. 나란 잉여 그런 잉여.
1.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 먹방을 진심으로 원한다. 하정우 먹는 움짤 모음을 보면 시간에 상관 없이 먹을 걸 먹고 싶다 -ㅠ- 덕분에 이 영화가 끝난 후 화교가 하는 중국집으로 달려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흡수했다. 2:8 가르마 80년대의 향기가 제대로 나던 80년생 김성균도 좋았고, 김혜은도 괜찮았고. 여사장은 여자인 사장인가 여씨 성을 가진 사장인가.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여자사람 사장이겠지. 개인적으로 단어 앞에 여-를 붙이는 여직원 여선생 여교수 여대생 여배우 등의 단어 사용을 정말 싫어한다. 여성은 사람이 아니무니까?
2. 화차
결말이 그냥 그렇긴 했지만 (일본 드라마의 결말이 더 여운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김민희 예뻐. 이선균 그저 그럼. 원작, 일본 드라마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특히 원작의 일본색(당연하지만)이 없어지고, 형사와 아들과 이웃들의 캐릭터와 성격을 세밀히 묘사한 부분이 없어졌다. 형사와 아들과 가사도우미 부분을 재미있게 읽어서...
3. 야곱 신부의 편지 (Postia pappi Jaakobille / Letters to father Jacob)
화면 가득히 북유럽의 서늘하고 무뚝뚝하고 소박하고 따스한 느낌이 가득하다. 신부님, Leila, 우편배달부 모두 귀여운 구석이 많아서 좋았다. 마지막 몇 분 동안 의외로 슬퍼서 혼났네. 하지만 눈물은 안 나오고 대신 콧물이 줄줄 나와서(살짝 감기 기운이 있었음) 옆 사람은 내가 우는 줄 알았을지도.
4.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Memoria de mis putas tristes / Memories of My Melancholy Whores)
마르케스의 원작을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했으나 대출중이었다. 그래서 원작을 읽지 못한 채 영화를 봤는데, la nina가 15세 맞는지 영화 상영 내내 의심 의심 의심. 여성을 객체로 보는 남성 위주의 시각(예를 들어 카메라가 la nina의 벗은 몸을 끝에서 끝까지 약간 느리게 훑고 지나가는 신)이어서 불편했다. '내가 이 나이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 난 구원받은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까진 좋은데, 어딘지 모르게 중2병적인 구석이 있기도 했고. 알고 보니 로사가 제랄딘 채플린이었네 ㄷㄷㄷ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5. 다크 나이트 라이즈 (Dark knight rises)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배트맨으로 변신한 베이리도 베이리이지만 인셉션 멤버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조셉 고든 레빗을 볼 때마다 3rd rock from the sun(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의 찌질 남학생이 잘 성장해 주어서 감개무량하다. 그 시절의 동아TV는 대단했었는데.
6. 슬픈 광대를 위한 발라드 (Balada triste de trompeta / The last circus)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어서 주의 깊게 보았고,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역시 여성이 객체, 희생, M, 창녀 혹은 성녀, 피해자, 참고 기다림, 구원의 이미지로만 다루어진 점은 불만스러웠다. 잔인한 장면은 없었지만 의외로 내용이 잔혹하고 가학적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계속 나지막하게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7. 도둑들
김혜수와 전지현의 미모에 감탄. 예전이나 지금이나 임달화는 멋졌다. 김해숙과의 로맨스가 급조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둘이 잘 어울려서 괜춘. 이정재는 차라리 그렇게 찌질하게 나오는 편이 더 나았다. 김윤식은 힘이 너무 들어간 느낌.
8. 광해
스토리와 캐릭터가 전형적이어서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술에 별로 신경을 안 쓴 느낌적인 느낌. 한효주는 동이 때보다 예뻐진 듯. 이병헌이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고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그 밖에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본 영화들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다음과 같았다.
1.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예상했지만 결말 부분은 아우 ㅠㅠ 동생에게 아주 짧게 스토리를 요약해 주었더니 아아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ㅜㅜㅜ 엄마를 어디선가 봤다 싶었는데 Vera Farmiga였음.
2. 리틀 미스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이제서야 이 영화를 보다니. 러닝타임 내내 모처럼 유쾌하게 웃었다. 버릴 게 없는 영화이지만 특히 밴 안에서 할아벗님이 손자에게 하는 충고(하단 참조)에 한 표를 날린다. 이렇게 유쾌하고 자상하고 주책바가지인 할아벗님이 죽었을 때 조금 뭉클했는데 다음 날 손녀(아닛 손녀가 My sister's keeper의 동생이었다니. 참고로 언니는 Medium의 첫째)가 추는 춤을 보면서 망할 ㅋㅋㅋ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오피스 마점장은 알았지만 부인이 United states of Tara 주인공이었군. 물론 둘 다 취향이 아니라서 안 봤지만.
Grandpa: Are you gettin' any?
Richard: Dad!
Grandpa: You can tell me, Dwayne. Are you gettin' any?
Richard: Come on, please.
Grandpa: [Dwayne shakes his head] No? Jesus. You're what? Fifteen? My God, man!
Richard: Dad!
Grandpa: You should be gettin' that young stuff.
Richard: Dad!
Grandpa: That young stuff is the best stuff in the whole world.
Richard: Hey! Hey! Dad! That's enough! Stop it!
Grandpa: Will you kindly not interrupt me, Richard! See, right now you're jailbait, they're jailbait. It's perfect. I mean, you hit 18, man! You're talkin' about three to five.
(source : IMDB)
3. 소피의 선택 (Sophie's choice)
메릴 스트립, 켈빈 클라인, 피터 맥니콜(앨리 맥빌에서 존 케이지, 넘버스에서 물리학 겨스님)의 젊은 모습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역시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조금이라도 멘붕을 주는구나 ㅜㅜㅜㅜㅜ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여서, 끝난 후 IMDB와 위키를 뒤적뒤적거렸다. 원서를 빨리 사서 읽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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